작은 것들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투표를 하게 돼요.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든지, 그룹 내의 대표를 선정할 때 등이요.
가장 득표수가 많은 사람이 선정되기에 다수결은 공정하다 생각해왔죠. 하지만 여기 재미있는 상황이 있어요.
반장 선거에 A, B, C 총 세 명의 후보가 출마했어요.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자기가 뽑고 싶은 순위를 매기라고 하셨죠.
학생들 중 2명은 A-B-C라고 답했고, 다른 2명은 B-C-A, 다른 2명은 C-B-A, 마지막 한 명은 A-C-B라고 답했죠.
그럼 이 선거의 당선자는 A가 돼요. A가 3표를 얻었고, B와 C가 2표씩 얻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두 후보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져요. A와 B만 놓고 결과를 살펴볼게요.
A는 여전히 3표 그대로예요. 하지만 C를 뽑은 학생들이 B에 대한 선호가 더 높기에 B는 4표가 되죠.
이렇게 B가 당선됐어요. A랑 C를 놓고 봐도 마찬가지겠죠?
마지막으로 B와 C를 두고 투표해볼게요.
B는 기존 2표에 더해 A-B-C를 뽑았던 두 명의 표까지 총 4표를 얻어요.
C는 기존 2표에 더해 A-C-B를 뽑았던 한 명의 표까지 3표를 얻게 되죠.
그럼 이 상황에서는 B가 당선되겠네요.
상황을 총 정리해볼게요.
- A < B
- A < C
- B > C
세 명을 놓고 투표를 하면 A가 당선되지만, 두 명씩 놓고 투표를 하면 A는 모두에게 밀리죠. 반면에 B는 모두랑 겨뤄도 당선되죠. 다른 말로 하면 A는 가장 뽑기 싫은 후보가 되는 셈이죠.
그렇다면 가장 뽑기 싫은 후보를 뽑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A-C-B를 뽑은 1명은, A-B-C를 뽑은 2명은 C, 마지막으로 B-C-A와 C-B-A를 뽑은 4명은 A를 뽑겠죠.
따라서 A가 당선됐어요.
가장 뽑고 싶은 후보와 가장 뽑기 싫은 후보가 일치하네요. 아주 역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어요.
이 역설은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지적했던 18세기의 수학자 콩도르세 후작의 이름을 따서 '콩도르세의 역설(Condorcet paradox)' 혹은 투표의 역설이라고 불려요.
이런 모순된 상황을 해결하고자 프랑스의 수학자인 보다(Borda)는 선호도가 높은 순서대로 점수를 차등적으로 부여하면 역설이 해결된다고 입증했어요. 이를 보다 계산법(Borda count)이라고 하죠. 하지만 이 세상에 이상적인 투표 방법은 없어요.이 역시 케네스 애로가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투표를 해야하는 상황이 와요. 그것도 꽤 자주 말이죠.
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신경쓴 나머지, 남들의 의견에 휩쓸리곤 하죠.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마세요.
인생에는 우리 뜻대로 안 되는 일도 있지만, '가능성'을 버리지는 말아요.
어쩌면 그 표가 세상을 바꾸는 소중한 한 표가 될 거예요.
'전공에 감성 한 스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 수의 법칙 (0) | 2023.04.04 |
---|---|
원주율을 통해 보는 세상 (0) | 2023.04.03 |
비둘기 집의 원리와 생일 문제 (2) | 2023.03.31 |
베르누이 시행과 도박사의 오류 (0) | 2023.03.30 |
유클리드 호제법 (0) | 2023.03.30 |
댓글